3. 가치형태 또는 교환가치
3.1 이렇게 상품은 사용가치의 대상으로서 물질적인 현물형태를 띠면서 동시에 가치의 담당자로서 추상적인 가치형태를 띤다. 상품은 이렇게 이중적 형태를 띰으로써 상품이 된다. 하지만 겉모습만 봐서는 아무리 돌려가며 만져 보아도 상품에는 가치로서의 성격이 조금도 확인되지 않는다. 우리가 상품을 상품으로서 올바로 보기 위해서는 그 속에 추상적 인간노동이라는 성격, 그에 따라 사회적 성격이 담겨있음을 전제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전제(사회적 성격)는 상품이 교환가치를 지닌 것으로 나타날 때, 즉 다른 상품과의 교환 속에서 비로소 분명하게 확인되며, 그러한 교환이 이루어질 때 상품은 모든 이에게 공통적인 가치형태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그리고 그러한 가치형태의 현실적 표현으로서의 화폐형태로 나타난다.
3.2 두 상품 A(20m의 아마포)와 B(1개의 저고리)는 가치표현의 두 극(A=B)을 나타낸다. 맑스는 이 두 극을 각각 상대적 가치형태와 등가형태로 구별하는데, 상대적 가치형태가 자신의 가치를 등가형태로 표현한다면, 등가형태는 이러한 가치표현의 재료가 된다. 상대적 가치형태는 등가형태가 아니고서는 자신을 표현할 수 없다. 예컨대 20m의 아마포는 그것의 가치를 자기 자신인 20m의 아마포를 통해 표현할 수 없다. 이것은 20m의 아마포가 얼마만큼의 가치인가를 객관적인 형태로 표현해주지 못하고 텅빈 내용으로 남겨두기 때문이다.(논리적 동일성으로서의 A=A) 다른 한편 등가물의 역할을 하는 1개의 저고리는 동시에 상대적 가치형태로 있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러한 등식 속에서 1개의 저고리는 “자신을 가치를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제1상품[20m의 아마포]의 가치가 표현되는 재료를 제공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61쪽)이다. 물론 이 두 등식의 두 극을 역으로 바꾸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문제는 동일한 상품이 동일한 가치표현에서 동시에 두 형태, 즉 상대적 가치형태이면서 등가형태일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두 형태를 정반대의 것으로 서로를 배제하기 때문이다.
3.3 이러한 두 극은 처음에는 ‘A. 단순한, 개별적인 또는 우연한 가치형태’로서, 두 개의 상품이 단순히 비교되는 형태로 나타난다. 이때 상대적 가치형태(예컨대 20m의 아마포)를 표현해주는 등가형태(1개의 저고리)는 다음 3가지 특징을 지니는데, 첫째, 한 상품의 등가형태는 그 자신의 “사용가치가 자기의 대립물인 가치의 현상형태로 된다”(71쪽)는 점, 둘째, 한 상품의 등가형태는 그 자신의 “구체적 노동이 그 대립물인 추상적 인간노동의 현상형태로 된다”(74쪽)는 점, 셋째, 한 상품의 등가형태는 그 자신의 “사적 노동이 그 대립물의 형태[즉 직접적으로 사회적인 형태의 노동]로 된다”(74쪽)는 점이 그렇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렇게 등가형태로 나타날 때의 상품은 교환을 위해서 불가피하게 자신 안에 포함되어 있는 사용가치와 가치, 구체적 유용노동과 추상적 인간노동, 사적 노동과 사회적 노동 사이의 대립을 구체화한다는 점이다. “상품에 숨어 있는 사용가치와 가치 사이의 내적 대립은 하나의 외적 대립을 통하여, 다시 말하면 두 상품 사이의 관계―자기의 가치를 표현하여야 할 한 쪽 상품은 직접적으로는 사용가치로서만 간주되고, 반면에 전자의 가치를 표현하여야 할 다른 쪽 상품은 직접 교환가치로서만 간주된다―를 통하여 밖으로 나타난다.”(77쪽)
3.4 하지만 ‘단순한 가치형태’로 상품을 표현하게 되는 것은 시장 안에서는 우연적인 사건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20m의 아마포는 오로지 1개의 저고리를 만나기 전까지는 자신의 가치를 표현할 방법이 없고, 설혹 1개의 저고리를 만나더라도, 무수히 많은 상품 중에서 우연히 한번 마주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우연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한 상품(아마포)의 가치는 이내 상품세계의 무수한 다른 요소로서 표현되어야 한다. 즉 단순한 상대적 가치형태는 무수하게 많은 ‘B. 전체적 또는 전개된 가치형태’로서의 등가물들로 자신의 가치를 표현한다. 이렇게 전개될 수 있는 것은 등가형태로 나타나는 상품이 추상적인 인간노동의 응고물로, 동일한 노동으로 전제되기 때문이고, 그래서 일체의 상품 모두가 등가형태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상품의 상대적 가치가 이렇게 무수하게 많은 등가형태로 표현된다면, 상품가치의 표현은 최종적으로 종료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각각의 가치등식은 새로운 상품이 등장할 때마다 언제나 연장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한 상품의 상대적 가치를 표현하는 무수한 등가물들 각각이 한 상품을 표현하는 동안 자신의 가치크기를 표현하기를 보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개된 가치형태에서는 각각의 특수한 등가형태들이 그것이 한 상품의 가치크기를 표현하는 동안에는 서로를 제한적으로 배제하게 되며, 그러한 가치크기의 표현이 시장의 끊임없는 유동성에 의존하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전개된 가치형태는 그것의 역을 표현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게 해서 ‘전개된 가치형태’의 전도로서의 ‘C. 일반적 가치형태’는 이제 각각의 상품의 가치를 단순하고, 통일적이며, 일반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이 형태는 “상품세계의 가치들을 그 세계에서 선발된 한 개의 상품종류[예컨대 아마포]로 표현하며, 그리하여 모든 상품의 가치를 그 상품과 아마포와의 동일성을 통하여 표현한다.”(83쪽)
3.5 하지만 아마포로서 다른 모든 상품의 가치를 등가적으로 표현하기에는 아마포라는 상품이 가진 성격이 문제가 된다. 즉 모든 상품의 가치를 표현하기 위해서 아마포는 공간적으로는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어야 하고, 시간적으로는 언제든 등장할 수 있어야 하며, 또한 그 자신의 형태를 끊임없이 유지해야 하는 물리적인 고정성을 띠어야 하고, 유동하는 상품세계 안에서 누구에게도 인정받을 수 있는 일반적인 사회적 타당성 역시 획득해야 한다. 이러한 특권적 지위를 역사적으로 획득한 상품이 바로 금이며, 그것이 바로 최초의 특수한 상품으로서의 ‘D.화폐형태’로서 등장했다. 금은 다른 상품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휴대가 간편하고, 또 쉽게 물리적 모양이 변하지 않은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상품세계 전체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누릴 수 있게끔 제한된 형태로 생산되는데, 그에 따라 그것의 가치가 높은 사회적 필요노동시간을 요구하는 특수한 상품으로서 기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단순하고 통일적이고 독점적인 지위를 누리는 금은 또한 그만큼 그것이 생산되는 동안 기존의 권력관계를 효과적으로 유지하는 데 유용한 기능을 수행할 수도 있다는 점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그리고 이렇게 해서 “한 상품[예컨대 아마포]의 상대적 가치를 화폐상품으로서 기능하고 있는 상품[예컨대 금]으로 표현하는 단순한 형태”(89)가 바로 “가격형태”이다. 그러므로 아마포의 가격형태는 이제 ‘20m의 아마포=2온스의 금’ 혹은 주화형태로서 ‘20m의 아마포=2원’이 된다.
4. 상품의 물신적 성격과 그 비밀
(이하의 도표가 깨지네요..ㅜㅜ) 한글 파일로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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